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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호, 학교 문턱도 못 밟은 소년이 교보생명과 교보문고를 세우기까지

객주2026-10-05인물국내 0 9
목차 · 5개 칸
  1. 신용호가 1958년 세운 교보생명은 2025년 말 자회사까지 합친 연결 기준으로 총자산이 약 148조 원인 생명보험사임.
  2. 아들 신창재 회장 등 일가가 가진 지분 34.96%는 공시에 나온 최근 거래 값으로 치면 약 1조 4,190억 원어치로 추산됨.
  3. 그런데 이 회사를 세운 사람은 폐결핵 때문에 초등학교 문턱도 밟아 보지 못했음.
  4. 신용호는 1917년 전남 영암에서 태어났음.
  5. 배움은 오롯이 책으로 채웠다고 함.
  6. 청소년 시절에는 1,000일 동안 책 100여 권을 읽는 '천일독서' 계획을 스스로 세웠음.
  7. 읽고 나면 독후감을 써서 자기 생각으로 정리했다고 교보생명은 전함.
  8. 스무 살 무렵에는 중국으로 건너가 다롄과 베이징에서 사업을 시작했음.
  9. 스물네 살에는 베이징에 곡물 유통 회사 '북일공사'를 세웠다고 함.
  10. 당시 곡물 장사는 돈 많은 사람이 사재기로 돈을 버는 판이었다고 함.
  11. 그는 트럭을 빌려 시골 산지를 직접 오가며 자기 유통망을 만들었다고 교보생명 뉴스룸은 전함.
  12. 이 무렵 집안 어른의 소개로 독립운동가이자 시인인 이육사를 만났음.
  13. 교보생명은 그가 사업으로 번 돈을 떼어 여러 차례 독립운동을 도왔다고 기록함.
  14. 해방 뒤에는 고향을 떠난 지 10년 만에 돌아왔다고 함.
  15. 돌아와 처음 벌인 사업은 출판이었다고 함.
  16. 책은 잘 팔렸지만 외상으로 사 간 사람들이 값을 갚지 않아 팔수록 손해가 났다고 함.
  17. 결국 출판은 접었다고 함.
  18. 그 뒤로도 몇 차례 사업에 실패했다고 함.
  19. 그가 다시 붙잡은 건 어린 시절 가장 간절했던 '배움'이었음.
  20. 1950년대 한국은 교육열이 높았지만 형편이 어려워 자녀 진학을 포기하는 집이 적지 않았음.
  21. 부모가 미리 보험료를 내 두면 아이가 상급학교에 갈 때 학자금을 받는 보험을 구상했음.
  22. 그리고 1958년 대한교육보험을 세웠음.
  23.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그해 6월 30일 회사를 세우고 8월 7일 영업을 시작했음.
  24. 창립이념은 '국민교육진흥'과 '민족자본형성'이었음.
  25. 아이를 가르쳐 인재를 키우고, 국민이 낸 보험료를 모아 나라 경제에 쓸 돈을 만들겠다는 뜻임.
  26. 첫 상품은 '진학보험'이었음.
  27. 교보생명은 이를 세계 최초의 교육보험이라고 소개함.
  28. 그때까지 보험은 사망이나 병 같은 위험에 대비하는 상품이었음.
  29. 진학보험은 보험을 자녀의 교육과 앞날을 준비하는 데까지 넓혔다는 게 교보생명의 설명임.
  30. 담배 한 갑 살 돈만 아끼면 자녀를 대학에 보낼 수 있다는 게 이 보험이 준 희망이었다고 교보생명은 전함.
  31. 개업식 날 그는 직원들에게 선진국에서도 보험회사가 자리 잡는 데 50년이 걸린다고 말했다고 교보생명 뉴스룸은 전함.
  32. 그러고는 그 절반인 25년 안에 회사를 세계적인 회사로 만들겠다고 약속했음.
  33. 25년 안에 서울에서 가장 좋은 자리에 가장 좋은 사옥을 짓겠다는 약속도 했음.
  34. 교육보험은 크게 팔렸음.
  35. 1967년에는 보유계약 400억 원을 넘기며 창립 9년 만에 업계 1위에 올랐음.
  36. 보유계약은 회사가 맡고 있는 보험 계약의 보장 금액을 모두 더한 값임.
  37. 1975년에는 보유계약이 1조 원을 넘었음.
  38. 교보생명은 1980년대 중반까지 약 300만 명의 학생이 교육보험으로 학자금을 마련했다고 밝힘.
  39. 그사이 상품도 넓혔음.
  40. 1977년에는 회사가 직원 퇴직금을 미리 쌓아 두는 종업원퇴직적립보험을 내놓았음.
  41. 1980년에는 국내 생명보험업계 처음으로 암보험을 만들었음.
  42. 사옥 약속은 1980년 광화문 네거리 종로1가 1번지에서 지켜졌음.
  43. 지상 22층짜리 교보빌딩이었음.
  44. 회사는 그해 7월부터 이 건물에서 일했음.
  45. 25년을 약속했는데 창립 22년 만이었으니 3년을 앞당긴 셈임.
  46. 판을 바꾼 건 이 건물의 지하 1층이었음.
  47. 유동인구가 많은 목 좋은 자리라 국내외 기업과 단체의 임대 요청이 줄을 이었음.
  48. 회사 안에서도 임대료로 사옥 짓는 데 든 돈을 돌려받자는 의견이 나왔음.
  49. 신용호는 이 자리를 국민교육진흥이라는 창립이념을 살리는 정신문화공간으로 쓸 방법을 찾으라고 지시했음.
  50. 그렇게 1980년 12월 24일 자본금 10억 원으로 교보문고가 세워졌음.
  51. 광화문점은 1981년 6월 1일 매장 2,237㎡(약 677평)에 책 60만 권으로 문을 열었음.
  52. 당시 국내에서 가장 큰 서점이었음.
  53. 문을 열며 그는 직원들에게 다섯 가지를 당부했음.
  54. 초등학생에게도 존댓말을 쓸 것.
  55. 책을 오래 서서 읽어도 말리지 말 것.
  56. 이것저것 살펴보고 사지 않아도 눈총 주지 말 것.
  57. 앉아서 책을 베껴 적어도 그냥 둘 것.
  58. 책을 훔쳐 가더라도 망신 주지 말고 조용히 타이를 것.
  59. 손님이 몰리자 매장은 1988년 약 5,000㎡로 넓어졌음.
  60. 1991년에는 영업 손실을 감수하고 매장 전체를 고치는 공사에 들어갔음.
  61. 1992년 5월 다시 연 광화문점은 한 층 매장이 8,598㎡였음.
  62. 당시 한 층짜리 서점으로는 세계에서 가장 컸다고 교보생명은 밝힘.
  63. 교육 이야기는 보험과 서점 밖으로도 이어졌음.
  64. 1991년에는 농업과 농촌을 돕는 대산농촌재단을 세웠음.
  65. 한국 문학을 지원하는 대산문화재단과 1997년 교보교육재단도 세웠음.
  66. 1983년에는 세계보험협회의 세계보험대상을 한국인 처음으로 받았음.
  67. 1995년 4월 3일에는 회사 이름이 교보생명으로 바뀌었음.
  68. '교보'는 '교육보험'을 줄인 말임.
  69. 1996년에는 보험업계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세계보험 명예의 전당 월계관상을 받았음.
  70. 신용호는 2003년 9월 19일 86세로 세상을 떠났음.
  71. 회사는 그가 살아 있던 2000년 5월부터 아들 신창재가 대표이사 겸 이사회 의장으로 이끌고 있음.
  72. 2023년에는 신용호가 한국경영학회의 '대한민국 기업 명예의 전당'에 올랐음.
  73. 같은 해 신창재도 세계보험협회의 보험 명예의 전당에 올랐음.
  74. 교보생명은 아버지와 아들이 대를 이어 오른 첫 사례라고 소개함.
  75. 지금 교보생명의 2대 주주는 지분 20%를 가진 일본 SBI홀딩스임.
  76. 교보문고는 지금도 교보생명이 지분 100%를 가진 자회사임.
  77. 감사보고서를 보면 서점은 오랫동안 크게 남기지 못했음.
  78. 2014~2019년 매출은 5,000억~6,000억 원대였고 영업이익은 40억~80억 원대였음.
  79. 2022~2024년 3년은 영업손실을 냈음.
  80. 손실이 가장 컸던 2023년에는 영업손실이 360억 원이었음.
  81. 그사이 2021년 교보생명은 교보문고의 새 주식을 사 주는 방식으로 1,500억 원을 넣었음.
  82. 2025년에는 매출 9,835억 원에 영업이익 60억 원으로 다시 흑자가 됐음.
  83. 교보문고 감사보고서는 지금도 회사의 창립이념을 '독서인구 저변 확대를 통한 국민정신문화 향상'이라고 적고 있음.
  84. 그럼 신용호 일가의 교보생명 지분 가치를 추산해봄.
  85. 교보생명은 상장하지 않아 매일 매겨지는 주가가 없음.
  86. 대신 교보생명은 2026년 4월 22일 공시에서 임원 성과급으로 줄 회사 보유 주식의 값을 주당 39,600원으로 정했음.
  87. 공시는 이 값이 회사와 특별한 관계가 없는 사람들끼리 가장 최근에 거래한 값이라고 밝힘.
  88. 2026년 6월 30일 기준 신창재는 34,632,547주(33.79%)를 가진 최대주주임.
  89. 공시상 최대주주의 혈족인 신영애는 1,199,960주(1.17%)를 가지고 있음.
  90. 신창재 몫은 34,632,547주 × 39,600원 = 약 1조 3,714억 원임.
  91. 신영애 몫을 더한 35,832,507주는 약 1조 4,190억 원임.
  92. 1년 전인 2025년 4월 같은 공시의 값은 주당 46,800원이었음.
  93. 그 값으로 치면 같은 주식은 약 1조 6,770억 원이었음.
  94. 이 값은 비상장 주식의 거래 한 건에서 나온 것이라 실제로 팔 수 있는 값과 다를 수 있음.
  95. 공시에는 최대주주가 제3자의 빚에 대한 담보로 이 회사 주식을 내놓았다는 내용도 있음.
  96. 세금과 앞으로의 거래는 이 추산에 들어 있지 않음.

교보문고 숫자로 보기 (감사보고서, 억 원)

연도 매출 영업이익 순이익 비고
2013 5,352 -56 14
2014 5,245 44 102
2015 5,235 83 125
2016 5,255 81 84
2017 5,450 56 64
2018 5,684 50 59
2019 6,100 56 1
2020 6,942 6 -45
2021 7,909 0.2 7 교보생명 1,500억 원 유상증자
2022 8,324 -139 -97
2023 9,014 -360 -418 7월 교보핫트랙스 합병
2024 9,771 -122 -161
2025 9,835 60 70 주주 교보생명 100%

출처는 교보문고 감사보고서(DART)임.


🍿 여담

  1. 본문의 진학보험은 짜임새를 알면 더 재밌음.
  2. 보험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가입금액 100만 원짜리에 들면 아이가 대학에 들어갈 때 16만 7,000원을 받았음.
  3. 대학에 다니는 동안에는 일곱 번에 걸쳐 11만 9,000원씩 받았음.
  4. 입학 때 받는 돈과 일곱 번 받는 돈을 더하면 꼭 100만 원이 됨.
  5. 아이가 휴학하거나 군대에 가면 그동안은 보험료를 내지 않아도 됐음.
  6. 1960년부터 '교육보험'이라는 이름으로 판 상품은 부모가 세상을 떠나면 사망급여금도 줬다고 보도됨.
  7. 교보생명 뉴스룸은 대학에 가지 않은 아이에게는 자립할 사업 자금을 줬다고 전함.
  8. 그래서 '소 팔지 않아도 자녀를 대학에 보낼 수 있다'는 말이 이 보험을 따라다녔다고 보도됨.
  9. 교보생명은 신용호가 이력서의 최종 학력 칸에 학교 이름 대신 '배우면서 일하고, 일하면서 배운다'고 적었다고 전함.
  10. 학력(學歷)의 '력'을 지날 력(歷)이 아니라 힘 력(力)으로 읽어 '배움의 힘'이라고 불렀다고 함.
  11. 2023년 20주기 추모전에는 그가 아껴 읽던 책들이 나왔음.
  12. 그중에는 『카네기 자서전』과 『부의 복음』이 있었음.
  13. 교보생명은 이 두 권이 그에게 사업가의 꿈을 심었다고 소개함.
  14. 본문의 1992년 광화문점 재개장 때 이야기도 하나 있음.
  15. 그는 매장에 노벨상 수상자들의 초상화를 걸면서 언젠가 나올 한국인 수상자를 위해 한 자리를 비워 두게 했음.
  16. 그 자리는 32년 뒤인 2024년 한강 작가가 노벨문학상을 받으면서 채워졌음.
  17. 그해 12월 광화문점에 한강 작가의 초상화가 걸렸음.

💰 어떻게 벌었나

교육보험 → 쌓이는 보험료

  1. 신용호가 판 건 지금 조금씩 돈을 내 두면 아이가 대학에 갈 때 학자금으로 돌려받는 약속이고, 값은 아이를 대학에 보내고 싶은 부모들이 보험료로 냄.
  2. 보험료는 학자금을 내줄 때까지 회사에 머무는 돈이라 가입자가 늘수록 쌓이는 자산이 되고, 국민이 낸 보험료를 모아 나라 경제에 쓸 돈을 만들겠다는 게 창립이념이었음.
  3. 가입금액 100만 원짜리 하나면 입학 때 16만 7,000원, 대학 다니며 11만 9,000원씩 일곱 번을 받아 꼭 100만 원이 되고, 1980년대 중반까지 약 300만 명의 학생이 이렇게 학자금을 마련했음.
  4. 보유계약은 1967년 400억 원을 넘어 창립 9년 만에 업계 1위가 됐고, 1975년 1조 원을 넘어 8년 만에 약 25배가 됐음.
  5. 보험사는 자기 돈이 아니라 가입자들이 미리 낸 보험료로 덩치를 키우는 레버리지가 있어서, 교보생명은 2025년 말 자회사까지 합친 총자산이 약 148조 원이 됐음.
  6. 돈을 먼저 받는 장사라, 책을 외상으로 팔았다가 값을 못 받아 팔수록 손해가 났던 그의 첫 출판 사업과는 반대였음.
  7. 회사는 상장하지 않아 거래 한 건의 값으로 칠 수밖에 없고, 주당 39,600원으로 치면 일가가 가진 지분 34.96%는 약 1조 4,190억 원임.
  8. 아쉬운 점은 교보문고의 이익임.
  9. 임대 요청이 줄을 잇던 광화문 사옥 지하 1층을 서점으로 썼는데, 서점은 2014~2019년 영업이익이 40억~80억 원대에 그쳤고 2021년 교보생명이 1,500억 원을 넣은 뒤에도 2022~2024년 영업손실을 냈음.

관련 링크

공시 21건, 교보생명·교보문고 공식 기록 10건, 보험연구원 보고서 1건, 보도 1건을 확인해 정리함. 그중 직접 볼 만한 것만 모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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