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주2026-10-02문학해외 0 27
목차 · 3개 칸

羅生門

아쿠타가와 류노스케(芥川龍之介)가 스물세 살에 쓴 단편소설을 결말까지 요약함.

  1. 무대는 천 년 전 교토의 남쪽 대문 라쇼몽임.
  2. 몇 해째 지진과 회오리바람과 불과 굶주림이 이어져 교토는 한없이 쇠락해 있었음.
  3. 사람들은 불상을 부숴 금박이 붙은 나무를 길가에 쌓아 놓고 땔감으로 팔았음.
  4. 그러니 대문을 고치려는 사람도 없었음.
  5. 무너져 가는 문에는 여우와 도둑이 살기 시작했음.
  6. 나중에는 거둘 사람 없는 시체를 문 위층에 갖다 버리는 버릇까지 생겼음.
  7. 해가 지면 아무도 그 근처에 가지 않았음.
  8. 어느 저녁, 비가 쏟아지는 그 문 아래에 하인 하나가 앉아 있었음.
  9. 오래 모신 주인에게서 며칠 전 쫓겨난 참이었음.
  10. 작가는 "비가 그치길 기다렸다"고 썼다가 고쳐 말함.
  11. 비가 그쳐도 갈 곳이 없으니 비에 갇혀 어쩔 줄 몰랐다고 해야 맞다는 것임.
  12. 하인의 오른쪽 볼에는 크게 곪은 여드름이 하나 있었음.
  13. 하인은 그 여드름을 만지작거리며 내일 먹고살 길을 궁리했음.
  14. 수단을 가리면 담 밑이나 길바닥에서 굶어 죽어 이 문 위에 개처럼 버려질 뿐임.
  15. 수단을 가리지 않는다면 남는 길은 도둑이 되는 것 하나뿐임.
  16. 하인은 그 결론까지는 갔지만 그걸 받아들일 용기는 나지 않았음.
  17. 날이 추워지자 하인은 하룻밤 잘 곳을 찾아 문 위층으로 오르는 사다리에 발을 올렸음.
  18. 위에 있는 건 어차피 시체뿐일 거라고 생각했음.
  19. 그런데 사다리 중간쯤에서 보니 위층에 누군가 불을 켜 들고 움직이고 있었음.
  20. 하인은 도마뱀처럼 소리를 죽이고 기어올라 안을 들여다봤음.
  21. 시체 여럿이 흙으로 빚은 인형처럼 바닥에 아무렇게나 굴러 있었음.
  22. 그 사이에 원숭이 같은 백발의 노파가 웅크리고 있었음.
  23. 노파는 관솔불을 꽂아 두고 여자 시체의 긴 머리카락을 한 올씩 뽑기 시작했음.
  24. 어미 원숭이가 새끼의 이를 잡는 손길이었다고 작가는 적었음.
  25. 그 모습을 보자 하인의 두려움이 가시고 모든 악을 미워하는 마음이 타올랐음.
  26. 이때 누가 굶어 죽을 거냐 도둑이 될 거냐 물었다면 하인은 망설임 없이 굶어 죽겠다고 했을 거라고 함.
  27. 바로 조금 전까지 자기가 도둑이 될 생각이었다는 건 이미 잊은 뒤였음.
  28. 하인은 칼을 쥐고 뛰어올라 달아나려는 노파를 붙잡아 넘어뜨렸음.
  29. 노파의 팔은 닭발처럼 뼈와 가죽뿐이었음.
  30. 칼끝을 들이대도 노파가 말이 없자 하인은 이 노파의 목숨이 자기 손에 달렸다는 걸 깨달았음.
  31. 그러자 증오는 식고 일을 잘 마쳤을 때 같은 뿌듯함만 남았음.
  32. 하인이 무엇을 하고 있었느냐고 묻자 노파는 까마귀 같은 목소리로 답했음.
  33. "이 머리카락을 뽑아서 가발을 만들려고 했지."
  34. 너무 평범한 대답에 하인은 실망했고 경멸이 다시 차올랐음.
  35. 그걸 눈치챈 노파가 변명을 늘어놓음.
  36. 이 여자는 살아서 뱀을 네 치씩 토막 내 말린 걸 말린 생선이라 속여 궁궐 경비 무사들에게 팔았음.
  37. 맛이 좋다고 무사들이 반찬거리로 빠짐없이 사 갔다고 함.
  38. 노파는 그 여자가 나빴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음.
  39. 안 하면 굶어 죽으니 어쩔 수 없이 한 일이라는 것임.
  40. 그러니 굶지 않으려고 머리카락을 뽑는 자기도 그 여자가 너그러이 봐줄 거라는 논리였음.
  41. 하인은 여드름을 만지작거리며 그 말을 차갑게 듣고 있었음.
  42. 그런데 듣는 동안 문 아래에서는 없던 용기가 생겨났음.
  43. 노파를 붙잡을 때와는 정반대 방향으로 움직이는 용기였음.
  44. 이제 굶어 죽는다는 생각은 아예 머릿속에서 밀려나 있었음.
  45. "정말 그렇단 말이지?" 하고 다짐을 받은 하인이 여드름에서 손을 떼고 노파의 멱살을 잡았음.
  46. "그럼 내가 네 옷을 벗겨 가도 원망하지 마라. 나도 그러지 않으면 굶어 죽을 몸이니까."
  47. 하인은 노파의 옷을 벗겨 옆구리에 끼고 매달리는 노파를 시체 위로 걷어찼음.
  48. 그리고 순식간에 사다리를 내려가 밤 속으로 사라졌음.
  49. 한참 뒤 벌거벗은 노파가 사다리 입구까지 기어가 문 아래를 내려다봤음.
  50. 바깥에는 시커먼 밤만 있었음.
  51. 소설의 마지막 문장은 "하인의 행방은 아무도 모른다"임.

✍️ 편집자 덧붙임 (2026.10 확인)

  1. 실제 라쇼몽(본래 이름은 라조몬)은 지금 남아 있지 않음.
  2. 교토시에 따르면 794년 헤이안쿄로 도읍을 옮길 때 주작대로 남쪽 끝에 세운 정문이었음.
  3. 980년 비바람에 무너진 뒤 다시 세우지 않았음.
  4. 지금은 교토 미나미구의 작은 어린이공원에 1895년 세운 '라조몬 터' 비석 하나만 남아 있음.
  5. 교토역 앞에는 10분의 1 크기로 복원한 모형이 서 있음.
  6. 이야기의 뼈대는 12세기 설화집 『곤자쿠 이야기』에서 왔음.
  7. 29권에 문 위층에서 노파의 옷을 벗겨 간 도둑 이야기가 있고 31권에 뱀을 말린 생선이라 속여 판 여자 이야기가 따로 실려 있음.
  8. 아쿠타가와는 두 이야기를 엮고 하인의 마음이 뒤집히는 과정을 더해 소설로 만들었음.
  9. 1915년 11월 문예지 『제국문학』에 처음 실렸을 때는 거의 주목받지 못했음.
  10. 처음 실린 판의 마지막 문장은 하인이 비를 무릅쓰고 교토 거리로 강도질을 하러 서둘러 가고 있었다는 것이었음.
  11. 1917년 첫 단편집에서 한 번 고쳤고 1918년 단편집 『코』에 실으며 지금의 "하인의 행방은 아무도 모른다"가 됐음.
  12. 아쿠타가와는 이듬해 1916년 단편 「코」로 나쓰메 소세키(夏目漱石)의 칭찬을 받으며 이름을 알렸음.
  13. 그는 1927년 서른다섯 살에 스스로 목숨을 끊었음.
  14. 1935년 친구 기쿠치 간(菊池寛)이 그의 이름을 딴 아쿠타가와상을 만들었고 지금도 일본에서 가장 이름난 신인 문학상으로 꼽힘.
  15. 구로사와 아키라(黒澤明)의 영화 「라쇼몽」(1950)은 제목과 무대만 이 소설에서 가져왔음.
  16. 줄거리는 같은 작가의 다른 단편 「덤불 속」에서 왔음.
  17. 한 살인 사건을 도적과 아내와 무당의 입을 빌린 죽은 남편이 저마다 다르게 말하는 이야기임.
  18. 이 영화는 1951년 베네치아 국제영화제 황금사자상을 받았음.
  19. 여기서 같은 일을 사람마다 다르게 기억하고 말한다는 뜻의 '라쇼몽 효과'라는 말이 나왔음.
  20. 『라쇼몽』이 나오고 2년 뒤인 1917년 한국에서는 이광수의 『무정』이 신문에 연재되기 시작했음.
  21. 『무정』은 한국 첫 근대 장편소설로 꼽힘.
  22. 작가가 세상을 떠난 지 오래돼 원문은 저작권이 끝났고 일본의 무료 전자도서관 아오조라 문고에서 누구나 읽을 수 있음.

🍿 여담

  1. 하인은 소설 내내 오른쪽 볼의 여드름을 만지작거림.
  2. 망설일 때도 노파의 변명을 들을 때도 손이 여드름에 가 있음.
  3. 그런데 노파의 옷을 벗기기로 마음먹은 순간 처음으로 여드름에서 손을 떼고 멱살을 잡음.
  4. 작가는 비 오는 저녁 하인의 처량한 기분을 굳이 프랑스어 'Sentimentalisme'(감상, 센티해진 기분)으로 적었음.
  5. 천 년 전 교토 하인의 이야기 한가운데 들어 있는 서양 말이라 원문을 읽다 보면 눈에 걸리는 대목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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