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주의 3부, 금융지능은 있는가
펀드·보험·파생상품에 들기 전에 창구에서 따져 물어야 할 비용과 위험을 하나씩 짚은 편임.
- 다큐는 이자가 높아 저축만이 살길이던 1980년대 초 은행에 들어가 30년을 일한 은행원이 털어놓는 고백 형식으로 시작함.
- 판을 바꾼 건 2000년 생긴 금융지주회사법으로, 은행이 펀드와 보험을 팔고 증권사를 거느릴 수 있게 됐음.
- 이 법이 본뜬 1999년 미국 금융서비스현대화법을 두고 조지 소로스(George Soros)는 은행과 투자회사 사이의 벽을 허문 일을 "유조선 탱크의 칸막이가 열린 것"에 빗댔음.
- 2002년 이후 예금 이자가 물가를 따라가지 못하자 은행들은 저축 대신 투자를 권하기 시작했음.
- 그로부터 5년 뒤 화자는 판매 수수료가 특히 많은 중국 펀드를 팔라는 지시를 받고, 앞집 할아버지가 30년 넘게 모은 예금을 "요즘 제일 잘나가는 펀드"라며 옮겨 줬다고 고백함.
- 펀드가 곤두박질치며 할아버지는 평생 모은 돈을 거의 다 잃었고, 얼마 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고 함.
- 다큐가 짚은 첫 번째 비밀은 은행원이 특정 상품을 권하는 건 대개 본사가 그 상품 판매를 밀기 때문이라는 것임.
- 그러니 권유를 받으면 '이 회사가 이 상품을 많이 팔고 싶구나'부터 떠올리고 내가 원하던 상품일 때만 들라는 게 출연한 전문가의 조언임.
- 은행원이 상품을 다 아는 것도 아니어서, 금융투자협회 집계로 2012년 7월 12일 국내 펀드는 10,004개로 세계 1위 수준이었음.
- 한 피해자는 삼성전자와 국민은행에 투자하는 연 12% 상품이라는 설명만 듣고 들었다가, 2년 뒤 리먼 브러더스 사태가 터지고서야 리먼에 투자한 상품이었음을 알았다고 함.
- 좋은 점만 듣고 나쁜 점은 모른 채 드는 불완전판매의 대표 사례가 2012년 5월 솔로몬·미래·한국·한주 네 곳이 영업정지된 저축은행 사태로, 2001년 상호신용금고가 '저축은행'이라는 이름을 얻자 사람들이 일반 은행처럼 믿고 높은 이자를 좇았다는 게 다큐의 설명임.
- 특히 문제가 된 후순위채권은 예금처럼 5,000만 원까지 원금을 지켜 주는 돈이 아니라, 저축은행이 망하면 다른 빚을 다 갚은 뒤에야 돌려받는 채권이었음.
- 두 번째 비밀은 펀드 비용으로, 10만 원을 넣었는데 통장에 9만 9,000원이 찍혔다면 살 때 떼는 선취수수료 1,000원이 빠진 것임.
- 운용사와 수탁회사에 해마다 주는 보수는 펀드가 손실을 내도 원금에서 빠져나감.
- 판매보수가 1% 높으면 투자자 수익률은 0.31% 낮아진다는 통계를 들며 다큐는 수수료를 0.1%라도 아끼라고 했음. 비슷한 글 워런 버핏 2018년 주주서한 (버크셔 해서웨이)
- 보이지 않는 비용도 있어서, 펀드 돈으로 주식을 다 샀다가 다 팔면 매매회전율 100%인데 한 바퀴 돌 때마다 매매수수료가 나감.
- 미국 펀드는 평균 100%이고 200%만 돼도 놀라는데, 한국 대형 펀드는 1,400~1,500%가 흔했고 6,200%짜리도 있었다며 들기 전에 회전율을 꼭 보라고 함.
- 펀드 이름은 운용사, 투자 전략, 투자 대상, 시리즈 번호 순으로 붙고 맨 끝 알파벳이 수수료 방식(A는 선취, B는 후취, C는 둘 다 없음)을 알려 줌.
- 세 번째는 보험으로, 2012년 4월 K-컨슈머리포트가 변액연금(보험료 일부를 펀드에 넣어 굴리는 연금 보험) 60개를 비교했더니 대부분 비용을 뺀 실제 수익률이 지난 10년 물가상승률 3.19%에도 못 미쳤음.
- 보험은 위험을 막는 비용이지 재테크가 아니라며 다큐는 보장성 보험만 들고 남는 돈은 따로 굴리라고 함.
- 고를 때는 정액보상인지 실손보상인지부터 보라는데, 1억 원짜리 암보험 셋을 들었다면 정액보상은 3억 원을 다 주지만 실손보상은 손해만큼 나눠 1억 원만 주니 실손은 하나면 됨.
- 마지막은 원래 자산에서 새로 만들어 낸 파생상품으로, 2008년 서브프라임 대출(신용이 낮은 사람에게 내준 주택담보대출)에서 나온 파생상품들이 부실해지며 베어스턴스와 리먼 브러더스가 쓰러지고 세계 금융시장이 함께 마비됐다는 설명임. 비슷한 글 워런 버핏 2002년 주주서한 (버크셔 해서웨이)
- 그런데도 2011년 한국의 파생상품 거래량은 38억 건으로 세계 거래소 거래량의 27%를 차지해 3년 연속 세계 1위였음.
- 돈 잘 버는 재주가 따로 있다면 그건 금융지능, 곧 금융이해력이라며 다큐는 한국개발연구원(KDI)과 함께 초등학교 고학년 656명의 금융이해력을 쟀음.
- 신용·부채 관리 점수가 가장 낮았고, 용돈을 정기적으로 받는 아이의 점수가 높았음.
- 부모와 돈 이야기를 한 달에 한두 번 하는 아이가 모든 영역에서 점수가 가장 높았고 자주 한다는 아이는 오히려 낮았는데, 다큐는 집에서의 돈 교육이 잔소리에 그친 탓으로 봄.
- 서울대 곽금주 교수팀 조사에서도 청소년은 집 소득을 부모가 답한 것보다 높게 알고 있었고, 다큐는 아이 기죽을까 봐 형편을 숨기지 말고 알려 주는 게 금융교육의 첫걸음이라고 함.
- 경제학자 라구람 라잔(Raghuram Rajan)은 미용사나 가게 주인에게서 "여기 넣으면 두 배가 된다"는 말이 들릴 때가 바로 겁을 내야 할 때라며, 무엇을 만지면 안 되는지 모르고 공장에 들어가면 곧 손가락을 잃는다고 했음.
- 2012년 7월 정부는 모든 금융상품 판매에 6대 판매원칙을 두고 판매사에서 독립된 자문업을 키우는 금융소비자보호법 제정안을 국회에 냈음.
- 그래도 다큐는 모르겠으면 다시 설명해 달라고, 이 상품이 얼마나 위험한지 분명히 말해 달라고 당당히 요구하라며 끝맺음.
✍️ 편집자 덧붙임 (2026.10 확인)
- 다큐가 말한 2012년 7월 법안은 국회를 넘지 못했고, 금융소비자보호법은 2020년 3월 24일에야 법률 제17112호로 공포돼 2021년 3월 25일 시행됐음.
- 이 법은 예금·대출·투자·보험 네 갈래 상품 판매에 적합성·적정성 원칙, 설명의무, 불공정영업·부당권유 금지, 광고 규제를 두었음.
- 설명의무나 부당권유 금지 등을 어기면 금융위원회가 그 계약으로 판매사가 얻은 수입의 50% 안에서 과징금을 매길 수 있음(제57조).
- 판매 원칙을 어기고 맺은 계약은 소비자가 최대 5년 안에서 시행령이 정한 기간 동안 해지를 요구할 수 있음(제47조).
- 다큐가 아쉬워한 독립 자문은 2021년 9월 25일 시행된 독립금융상품자문업자 제도로 들어왔고, 이들은 판매사로부터 돈을 받으면 안 되며 요건을 갖추지 않은 곳은 이름에 '독립'을 쓸 수 없음.
- 불완전판매는 그 뒤에도 이어져, 2024년 3월 11일 금융감독원은 홍콩 H지수 ELS 손실에 대해 판매사 기본배상비율 20~40%를 매기는 분쟁조정기준을 내놨고 실제 배상은 2019년 DLF 사태(40~80%)보다 낮은 20~60%가 될 것으로 내다봤음(보도).
- 다큐에 나온 예금자보호 한도 5,000만 원은 2025년 9월 1일 1억 원으로 올랐음(예금자보호법 시행령).
- 다큐가 말한 저금리는 더 깊어져 한국은행 기준금리는 2012년 8월 3.00%에서 2020년 5월 0.50%까지 내려갔다가 2023년 1월 3.50%로 올랐고 2026년 9월에는 3.00%임(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
- 2025년 4월 29일 한국은행과 금융감독원이 낸 '2024 전국민 금융이해력 조사'에서 성인 점수는 65점대로 OECD 평균(2023년, 62점대)보다 높았음(보도).
- 다만 미래를 대비하는 금융 태도 점수는 53점대로 OECD 평균 58점에 못 미쳤고, 20대와 70대, 저소득층의 점수가 상대적으로 낮았음.
- 성인 금융교육을 강조한 라잔은 2013년 9월 4일부터 3년 동안 인도 중앙은행(인도준비은행) 총재를 지냈음.
- 수수료가 거의 없는 인덱스펀드가 헤지펀드를 이긴 버핏의 10년 내기는 2017년 끝났고, 인덱스펀드는 그동안 해마다 8%대를 벌었음. 비슷한 글 워런 버핏 2017년 주주서한 (버크셔 해서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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