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주의 1부, 돈은 빚이다
은행이 대출할 때마다 돈이 새로 생기고, 그 이자를 갚으려면 누군가 또 빚을 내야 한다는 게 이 편의 알맹이임.
- 어릴 때 15원이던 짜장면 한 그릇이 2012년에는 보통 4,500원이라 50년 만에 300배가 됐다는 데서 이야기가 시작함.
- 학교에서는 값이 수요와 공급으로 정해진다고 배우지만 다큐는 물가가 계속 오르는 또 다른 까닭으로 시중에 도는 돈, 곧 통화량이 늘어난 것을 꼽음.
- 조폐공사가 찍은 돈은 시중에 도는 돈의 일부일 뿐이고, 내가 은행에 100원을 맡기면 은행은 10원만 남기고 90원을 A에게 빌려줘 나와 A가 꺼내 쓸 수 있는 돈이 190원이 된다는 것임.
- 없던 90원이 생기는 건 맡은 돈의 일정 비율만 남기면 나머지는 빌려줘도 된다고 정부가 허락했기 때문이고, 이 비율을 지급준비율이라 함.
- 다큐는 1963년 미국 연방준비은행이 만든 업무 안내서에도 이 비율이 10%로 적혀 있다고 소개함.
- 뿌리는 경제학 교과서에도 나오는 16세기 영국 금세공업자 이야기로, 금화를 맡아 주고 보관증을 써 주던 이들이 사람들이 보관증을 돈처럼 주고받는 걸 보고 맡은 금화를 몰래 빌려주며 이자를 받았다는 것임.
- 나중에는 금고에 없는 금화까지 빌려주다가 의심한 예금주들이 한꺼번에 금화를 찾아가자 내줄 것이 모자랐고, 이렇게 한꺼번에 돈을 찾아가는 일을 뱅크런이라 함.
- 그런데 약 300년 전 오랜 전쟁으로 돈이 필요했던 영국 왕실은 은행업자에게 금 보유량의 약 3배까지 빌려줄 수 있게 허가했고, 은행 이름에 붙는 'Chartered'가 이 '면허받은'이라는 뜻이라고 함.
- 지급준비율이 10%면 은행에 들어온 100억 원은 90억 원, 81억 원, 72억 원으로 대출과 예금을 거듭하며 최대 1,000억 원까지 불어나는데, 이를 신용창조라 함.
- 방송 당시 한국은행이 정한 평균 지급준비율 3.5%로 셈하면, 한국은행이 은행에 공급한 5,000억 원은 사람들이 5%를 현금으로 쥔다고 가정할 때 6조 60억 원까지 불어남.
- 금값으로 보면 더 뚜렷해서 1970년 1,000달러로 금 28온스를 샀지만 2012년 2월 1일 시세(온스당 1,738달러)로는 0.58온스밖에 못 사, 48배가 오른 셈임.
- 중앙은행은 금리를 올리고 내리거나 직접 돈을 풀어(양적 완화) 통화량을 조절하는데, 다큐는 중앙은행이 돈을 계속 찍어야 하는 진짜 까닭이 이자라고 짚음.
- 바깥과 거래가 없는 섬에 중앙은행이 1만 원만 찍었는데 B가 그 1만 원을 연 5%로 빌리면, 1년 뒤 갚을 1만 500원 가운데 이자 500원은 섬 어디에도 없음.
- 이자를 갚으려면 중앙은행이 500원을 더 찍고 누군가 그 돈을 빌려야 하고, 그 사람의 이자를 위해 또 찍어야 하니 돈은 계속 늘 수밖에 없다는 것임.
- 늘어난 돈은 물가를 올리는 인플레이션이 되고, 지나치면 2008년 짐바브웨처럼 한 해 물가 상승률이 최고 2억 3,100만%에 이르러 100조 달러짜리 지폐까지 나온다고 함.
- 거꾸로 B가 열심히 일해 섬의 1만 500원을 다 벌어 빚을 갚으면 이자 500원을 빌려 간 D는 갚을 돈이 없어 파산함.
- 누군가 빚을 갚으면 누군가는 파산하는 '빚 보존 법칙' 때문에 이자가 있는 한 남의 돈을 가져오려는 경쟁은 피할 수 없고, 수입이 적고 빚이 많은 사람이 먼저 쓰러진다는 게 다큐의 주장임.
- 이런 일이 이어지면 돈이 줄어 부도가 잇따르고 기업이 투자와 고용을 줄이는 디플레이션이 온다고 함.
- 1925년 러시아 경제학자 니콜라이 콘드라티예프(Nikolai Kondratiev)는 자본주의 경제에 48~60년 주기의 긴 파동이 있다고 했고, 다큐는 미국이 2000년부터 이 주기의 겨울에 들어섰다고 봄.
- 갚을 능력이 없는 사람에게까지 내준 주택담보대출(모기지)이 집값 하락과 함께 터진 것이 금융위기였고, 집값은 늘 오른다고 믿은 아버지 세대는 주기의 여름을 살았을 뿐이라 한국도 이제 집값이 떨어지는 걸 보고 있다는 게 방송 당시 다큐의 진단임. (실제로 KB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지수는 2013년 9월까지 조금 더 내렸다가 다시 올라 2026년 9월에는 방송 때의 2배가 됐음.)
- 미국 이야기를 하는 까닭은 자원이 거의 없는 한국이 석유와 철광석을 사려면 기축통화인 달러가 필요하기 때문이고, 달러는 1944년 7월 브레턴우즈에서 44개 연합국이 금 1온스를 35달러에 바꿔 주기로 하며 기축통화가 됐음.
- 베트남 전쟁으로 달러 가치가 떨어져 금으로 바꿔 달라는 요구가 늘자 1971년 닉슨(Richard Nixon) 대통령은 달러와 금의 교환을 일방적으로 끊었고, 그 뒤로 달러는 금과 상관없는 종이돈이 됐다고 함.
- 다큐는 달러를 찍는 미국 연방준비은행(FRB)이 정부기관이 아니라 몇몇 민간은행의 법인이라며 미국 전화번호부의 민간기업란에 올라 있는 화면을 보여 줌.
- 그리고 돈이 도는 원리를 모르면 희생자가 될 수밖에 없으니 빚을 내 쓰라는 유혹이 들려도 스스로 중심을 잡고 가족을 지키라는 당부로 끝맺음.
✍️ 편집자 덧붙임 (2026.10 확인)
- 다큐는 방송 당시를 디플레이션의 시대로 봤지만, 그 뒤 소비자물가는 2012년 9월부터 2026년 9월까지 약 30% 올랐음(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
- KB 전국 주택 매매가격지수도 같은 기간 74.9에서 102.2로 약 1.4배가 됐음.
- 가계신용(가계대출에 카드 할부 같은 외상 구매를 더한 빚)은 2012년 3분기 940조 7,000억 원에서 2026년 2분기 2,019조 8,000억 원으로 2배 넘게 늘었음.
- 통화량 M2(현금에 언제든 꺼낼 수 있는 예금과 2년 미만 예적금 등을 더한 돈)는 월평균 잔액으로 2012년 9월 1,665조 원에서 2026년 7월 4,223조 원으로 약 2.5배가 됐음.
- 방송 무렵 3.00%이던 한국은행 기준금리는 2020년 5월 0.50%까지 내렸다가 2023년 1월 3.50%로 올랐고, 2025년 5월 2.50%를 거쳐 2026년 8월 27일 3.00%가 돼 10월 8일까지 이어지고 있음.
- 금값은 2012년 2월 월평균 온스당 1,742달러에서 2026년 9월 4,334달러로 약 2.5배가 돼, 이제 1,000달러로는 약 0.23온스를 삼.
- 같은 2012년 2월 워런 버핏(Warren Buffett)은 주주서한에서 금은 아무것도 낳지 않는 자산이라며 오래 갖고 있을 것으로 농지와 기업을 꼽았음. 비슷한 글 워런 버핏 2011년 주주서한 (버크셔 해서웨이)
- 집은 계약금을 제대로 내고 다달이 갚을 수 있을 만큼만 빌려 사야 한다는 게 금융위기 한복판에서 버핏이 쓴 처방이었음. 비슷한 글 워런 버핏 2008년 주주서한 (버크셔 해서웨이)
- 다큐가 설명한 10% 지급준비율은 미국에서 사라졌음: 연준은 2020년 3월 26일부터 모든 예금기관의 지급준비율을 0%로 낮춰 지급준비 의무를 없앴음.
- 영국 중앙은행은 2014년 1분기 보고서에서 은행이 대출하는 순간 같은 금액의 예금이 생겨 돈이 만들어지며 영국에서 도는 돈의 97%가 이런 은행 예금이라고 밝혔음.
- 같은 보고서는 중앙은행이 푼 돈이 지급준비율에 따라 몇 배로 불어난다는 교과서식 '통화승수' 설명은 실제와 맞지 않고, 은행은 먼저 금리를 보고 대출 규모를 정한다고 적었음.
- 연준은 공식 설명에서 연준은 누구의 소유도 아니며 이사회는 의회에 책임지는 연방정부 기관이라고 밝힘.
- 12개 지역 연방준비은행의 주식은 회원 은행이 법에 따라 가지지만 이익을 내려고 운영되지 않고 남은 이익은 재무부에 넘긴다는 게 연준의 설명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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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9] 무의식으로 사고 의식으로 합리화하는 소비, 내 씀씀이를 재는 과소비지수, 불안·따돌림·슬픔이 지갑을 여는 실험, 물건보다 경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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