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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기 한복판에서 가격과 가치를 가르는 법과, 집은 계약금을 제대로 내고 갚을 수 있을 만큼만 빌려 사야 하는 까닭이 알맹이임.
- 2008년 버크셔의 순자산은 115억 달러 줄었음.
- 주당 장부가치로는 9.6% 줄었음.
- 같은 해 S&P 500은 배당을 합쳐도 37% 떨어졌음.
- 버핏이 경영을 맡은 44년 동안 버크셔와 S&P 500 모두 가장 나쁜 해였음.
- 세계 큰 금융회사들의 문제가 하나씩 드러나면서 돈 빌리는 시장이 아예 멈췄음.
- 돈줄이 막히자 버핏은 어릴 때 식당 벽에서 본 문구가 온 나라의 신조가 됐다고 적었음.
- "신은 믿지만 나머지 분들은 현금으로 내시오"라는 문구로 누구에게도 외상을 주지 않는다는 뜻임.
- 4분기에는 신용 위기에 집값과 주가 폭락이 겹쳐 온 나라가 공포에 얼어붙었음.
- 공포가 사업을 줄이게 하고 줄어든 사업이 다시 공포를 키우는 악순환이었음.
- 그래서 미국 재무부와 연준은 포커로 치면 '올인'을 했다고 함.
- 전에는 컵으로 나눠 주던 경제 처방약을 이제는 통으로 들이붓고 있다는 표현임.
- 버핏은 이 정도 용량이면 원치 않는 부작용이 거의 틀림없이 따를 거라고 봤음.
- 그 가운데 하나로 인플레이션의 급습을 꼽았음.
- 그래도 정부가 강하고 빠르게 나서지 않았다면 금융 시스템이 통째로 무너졌을 거라는 게 버핏의 판단임.
- 그러면서 미국은 이보다 훨씬 나쁜 시기도 이겨 냈다고 일깨움.
- 20세기에만 큰 전쟁 두 번과 열두 번쯤의 공황·불황과 대공황을 겪었음.
- 그 100년 동안 미국인의 실질 생활 수준은 7배 가까이 올랐음.
- 버핏은 미국의 가장 좋은 날은 아직 오지 않았다고 적었음.
- 다만 언제 주가가 오르고 내릴지는 자신도 멍거도 모른다고 함.
- 2009년 내내 경제가 엉망일 거라고 확신하지만 그게 주가가 오를지 내릴지는 알려 주지 않는다는 것임. (실제로 2009년 주주서한의 표를 보면 S&P 500은 2009년 배당을 합쳐 26.5% 올랐음.)
- 시장이 어지러운 덕에 회사와 증권을 사는 데는 순풍이 불었다고 함.
- 투자에서 비관은 친구이고 환희는 적이라는 것임.
- 버핏은 들고 있는 주식과 채권 값이 떨어져도 더 살 돈만 있으면 오히려 반긴다며 벤저민 그레이엄에게서 배운 말을 다시 옮겼음.
- "가격은 당신이 내는 것이고 가치는 당신이 얻는 것이다"라는 말임.
- 버핏은 사들인 회사를 함부로 팔지 않는 걸 버크셔의 강점으로 꼽았음.
- 경쟁자들에게 인수한 회사는 그저 '상품'이라고 함.
- 계약서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출구 전략'부터 생각한다는 것임.
- 이런 회사들은 예전에 '차입 매수(LBO) 회사'로 불렸음.
- 그 이름이 평판을 잃자 말을 바꿔 사실을 가리는 조지 오웰 소설 속 정부처럼 이름만 '사모펀드(프라이빗 에퀴티)'로 바꿨다고 함.
- 이름에 '에퀴티(자기자본)'가 붙었지만 실제로는 산 회사의 자기자본을 크게 줄이고 빚을 쌓으니 사실과 거꾸로 된 이름이라는 게 버핏의 주장임.
- 그런데도 빚더미에 몰린 회사에 사모펀드들은 돈을 더 넣어 주지 않고 남은 돈을 아주 '프라이빗'하게 지키고 있다고 비꼼.
- 자동차 보험 회사 가이코는 미국 3위가 됐음.
- 1995년 버크셔가 경영권을 살 때는 7위였음. 비슷한 글 워런 버핏 1995년 주주서한 (버크셔 해서웨이)
- 돈을 아끼려는 운전자들이 몰려 2009년 1월 새 가입자가 사상 최고를 찍자 버핏은 자신과 CEO 토니 나이슬리가 사방에 물 곳이 널린 누드촌에 들어간 굶주린 모기 두 마리 같다고 적었음.
- 이 편지에서 버핏이 가장 길게 쓴 건 조립식 주택 회사 클레이턴의 주택담보대출 이야기임. 비슷한 글 워런 버핏 2003년 주주서한 (버크셔 해서웨이)
- 버핏은 1997~2000년 조립식 주택 업계의 판매를 "빌리지 말았어야 할 사람에게 빌려주지 말았어야 할 사람이 돈을 빌려준 일"로 요약했음.
- 계약금을 제대로 받지 않는 일이 흔했고 대출이 나가면 수수료 3,000달러를 받는 영업사원이 "제 눈엔 2,000달러짜리 고양이로 보이네요"라며 고양이를 계약금으로 쳐 주는 속임수까지 있었다고 함.
- 이 사태는 훨씬 큰 일반 주택 시장에 보내는 경고였어야 했다고 함.
- 그런데 투자자도 정부도 신용평가사도 아무것도 배우지 않았음.
- 2004~2007년 일반 주택에서 똑같은 실수가 되풀이됐음.
- 그런데 클레이턴의 대출자 198,888명은 주택 폭락 내내 정상적으로 돈을 갚았음.
- 신용점수 중간값은 644로 전국 중간값 723보다 낮았음.
- 그런데도 연체율은 3.6%로 2006년의 2.9%에서 조금 오르는 데 그쳤음.
- 대출자들은 바라는 소득이 아니라 실제 소득에 비춰 다달이 낼 돈을 감당할 수 있는지 따져 보고 빌렸음.
- 저축으로 계약금을 제대로 낸 사람은 집값이 떨어졌다고 사는 집을 버리고 떠나지 않는다는 게 버핏의 설명임.
- 사람들이 집을 떠나는 건 다달이 낼 돈을 못 낼 때라고 함.
- 그래서 버핏이 내놓은 교훈은 두 가지임.
- 집을 살 때는 진짜 계약금을 최소 10% 내야 함.
- 다달이 낼 돈은 소득으로 편히 감당할 수 있어야 함.
- 사람들을 집에 들이는 것보다 집에 계속 살게 하는 걸 목표로 삼아야 한다는 것임.
- 그런데 위기 속에 클레이턴의 대출 자금을 대는 버크셔는 미국에 7곳뿐인 AAA 회사인데도 정부 보증을 받는 부실한 경쟁자들보다 훨씬 비싸게 돈을 빌려야 했음.
- 버핏은 지금은 정부 보증이 없는 지브롤터 바위처럼 튼튼한 회사보다 정부 보증을 받는 금융 불구자가 훨씬 낫다고 꼬집었음. (2014년 주주서한에서 버핏은 업계 돈줄이 마른 2008~2009년에도 클레이턴이 버크셔를 등에 업고 대출을 이어 갔다고 적었음.)
- 2008년 초 버크셔는 지방정부가 발행하는 면세 채권을 보증하는 보험 회사를 새로 세웠음.
- 기존 채권 보증 회사들은 경쟁으로 보험료가 떨어지자 점점 위험한 주택담보대출 증권까지 보증하다 무너졌음.
- 처음엔 안전한 면세 채권만 보증하다 조금씩 위험한 쪽으로 흘러간 이 일을 버핏은 "나는 백설공주였지만 떠내려갔다"는 배우 메이 웨스트의 말로 요약했음.
- 과거 데이터를 돌려 맞춘 '백테스트' 모델도 금융에서 흔한 오류라고 함.
- 과거 재무 자료만 찾아보면 미래를 알 수 있다면 포브스 400대 부자는 모두 도서관 사서였을 거라고 함.
- 주택담보대출 증권의 엄청난 손실도 집값이 완만히 오르던 시절의 손실 기록을 잣대로 삼은 모델에서 나왔음.
- 버핏의 조언은 "공식을 든 괴짜를 조심하라"임.
- 그해 버핏 자신의 실수도 적었음.
- 멍거나 누구의 권유도 없이 유가가 꼭대기일 때 코노코필립스 주식을 많이 샀음.
- 이 나쁜 타이밍이 버크셔에 수십억 달러의 손해를 끼쳤음.
- 싸 보이던 아일랜드 은행 두 곳에 2억 4,400만 달러를 넣었다가 연말에 89%를 잃은 것도 있었음.
- 좋은 쪽으로는 리글리와 골드만삭스와 GE가 발행한 증권에 145억 달러를 넣었음.
- 높은 이자를 받으면서 덤으로 주식을 살 권리까지 얻은 투자였음. (2011년 주주서한에 따르면 골드만삭스와 GE는 그해 스위스리와 함께 모두 128억 달러를 내고 버크셔가 든 증권을 되사 갔음.)
- 이 돈을 대려고 버핏은 계속 갖고 싶었던 존슨앤존슨과 P&G 주식 일부를 팔았음.
- 내일 갚을 돈을 낯선 사람의 친절에 기대지 않으려고 현금을 늘 넉넉히 들고 있겠다는 것임.
- 그리고 더 벌 기회와 하룻밤 잠을 바꾸지 않겠다고 했음.
- 1990년대 말 인터넷 거품과 2000년대 초 주택 거품에 이어 2008년 말의 미국 국채 거품도 그만큼 놀라운 일로 기록될 거라고 함.
- 이자가 거의 없는 현금이나 장기 국채를 계속 붙들고 있는 건 오래 가면 끔찍한 방침이라는 것임.
- 사람들은 "현금이 왕"이라는 말에 안심하고 있었음.
- 하지만 그 현금은 거의 아무것도 벌지 못하고 구매력도 갈수록 줄어든다고 함.
- 박수를 받는 투자 활동을 조심하라는 말도 남겼음.
- 칭찬은 뇌를 마취시켜 새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하게 한다는 것임.
- 위대한 결정 앞에서 사람들은 대개 하품을 한다고 함.
- 버핏은 파생상품이 위험하다고 단언했음.
- 금융 시스템의 빚과 위험을 크게 늘렸다는 것임.
- 버크셔도 1998년 제너럴 리를 샀을 때 거래 상대 884곳과 맺은 파생상품 계약 23,218건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고 함. 비슷한 글 워런 버핏 1998년 주주서한 (버크셔 해서웨이)
- 서두를 일도 없고 시장도 평온했는데 거의 다 정리하는 데 5년이 걸렸음.
- 그사이 4억 달러 넘게 잃었음.
- 파생상품의 진짜 문제는 결제가 몇 년에서 몇십 년씩 미뤄진다는 데 있다고 함.
- 그동안 큰 금융회사끼리 서로에게 갚을 돈이 거미줄처럼 얽힌다는 것임.
- 버핏은 이를 성병을 피하려는 사람의 처지에 빗댐.
- 내가 누구와 자는지뿐 아니라 그 사람이 누구와 자는지도 문제라는 것임.
- 버핏은 이 위험을 2002년 서한에서 이미 시한폭탄이라고 불렀음. 비슷한 글 워런 버핏 2002년 주주서한 (버크셔 해서웨이)
- 그런데도 버크셔는 파생상품 계약 251건을 갖고 있었음.
- 가장 큰 건 15~20년 뒤 만기에 주가지수가 계약 때보다 낮으면 차액을 물어 주는 '주가지수 풋옵션'이었음. 비슷한 글 워런 버핏 2007년 주주서한 (버크셔 해서웨이)
- 버크셔가 이런 계약으로 받은 보험료는 49억 달러였음.
- 아직 한 푼도 물어 준 건 없지만 버크셔는 이 계약을 옵션 가격 공식인 '블랙숄스'로 평가해 장부에 올렸음.
- 그 결과 연말 장부에는 51억 달러의 평가 손실이 잡혔음. (2022년 버크셔 연차보고서에는 이 계약들이 거의 다 만기가 지났고 앞으로 손실 위험은 미미하다고 적혔음.)
- 버핏은 이 공식이 긴 계약에는 터무니없는 값을 낸다며 100년짜리 계약을 예로 들었음.
- 2008년 말 S&P 500은 903이었음.
- 100년 뒤 이 지수가 903보다 낮으면 차액을 물어 주는 10억 달러짜리 계약을 판다고 해 봄.
- 블랙숄스 공식이 정하는 '적정' 보험료는 250만 달러임.
- 버핏은 100년 뒤 지수가 지금보다 낮을 확률이 1%보다 훨씬 작다고 봤음.
- 원문의 가정대로 그 확률을 넉넉히 1%로 잡고 떨어진다면 50% 떨어진다고 보면 기대 손실은 500만 달러임.
- 그러면 받은 250만 달러를 연 0.7% 복리로만 굴려도 100년 뒤 이 손실을 메울 수 있음.
- 100년 동안 연 0.7%에 돈을 빌릴 수 있다면 빌리겠느냐는 게 버핏의 물음임.
✍️ 편집자 덧붙임 (2026.10 확인)
- 2008년 버크셔 A주는 2007년 말 141,600달러에서 2008년 말 96,600달러로 31.8% 떨어졌음.
- 같은 해 코스피는 1,897.13에서 1,124.47로 40.7% 떨어졌음.
- 2008년 말부터 2026년 10월 2일까지 버크셔 A주는 754,790달러로 약 7.8배가 됐음.
- 같은 기간 코스피는 7,003.74로 약 6.2배가 됐음.
- 2009년 주주서한에서 버핏은 그때 회사채와 지방채가 국채보다 터무니없이 쌌는데 훨씬 더 샀어야 했다고 적었음.
- 금이 비처럼 쏟아질 때는 골무 말고 양동이를 내밀라는 말을 그때 남겼음.
- 2009년 버크셔가 가장 많이 판 종목에는 본문에서 실수로 꼽은 코노코필립스가 들어 있었음.
- 버핏의 주택 교훈을 한국 돈으로 다시 셈해 봄.
- 5억 원짜리 집을 사며 계약금으로 10%인 5,000만 원을 저축에서 낸다고 가정함.
- 남은 4억 5,000만 원을 30년 동안 연 4%로 빌려 원리금을 똑같이 나눠 갚으면 다달이 약 215만 원을 내야 함.
- 집값이 오르든 내리든 이 돈을 실제 소득으로 편히 낼 수 있는지가 버핏이 말한 기준임.
🍿 여담
- 본문의 "공식을 든 괴짜를 조심하라"는 영어로 "Beware of geeks bearing formulas"임.
- 트로이 목마 이야기에서 나온 격언 "선물을 든 그리스인을 조심하라(Beware of Greeks bearing gifts)"와 소리를 맞춘 말장난임.
- 버핏은 주주총회 질의응답 중에 자리를 뜨려면 멍거가 말할 때 나가 달라고 하면서 나가는 가장 좋은 까닭은 옆 전시장에서 버크셔 자회사 물건을 사는 것이라고 했음.
- 그 전시장 매출이 시원찮으면 출구를 잠가 버리겠다는 '친절한 경고'도 붙였음.
- 주총 주간 일요일에 주주만 받는 오마하 스테이크집 고라츠에서는 앞선 해 사흘 동안 저녁 2,448인분이 나갔고 그 가운데 702개가 버핏이 '아는 사람이 고르는 메뉴'라고 한 티본스테이크였음.
- 그러니 올해는 푸아그라를 시켜 자신을 창피하게 하지 말아 달라고 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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