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의 얼굴 1부, 돈을 믿습니까
쇠돈에 묶여 있던 종이가 담보를 잃고 은행 장부의 숫자로 불어나기까지, 지금 내 통장의 돈이 무엇에 기대고 있는지 따라가 보는 이야기임.
- 교도소 안에서는 돈을 지닐 수 없어 수용자가 바깥 심부름 센터에 일을 맡길 때 우표를 넣어 보내는데, 이 우표가 돈으로 통하고 430원짜리 우표 100장 한 판이면 4만 3,000원어치라고 함.
- 담배 같은 물건은 값이 날마다 달라 돈으로 치기 어렵고 우표는 가볍고 작아 지니기 쉬워서 돈이 됐다는 게 센터 운영자의 설명임.
- 옛 아시아에서는 찻잎을 쪄 가루로 빚고 무게를 맞춘 벽돌차(전차)가 돈이었는데, 몽골에서는 12~15개면 양 한 마리, 티베트에서는 120~150개면 낙타 한 마리였고 무엇보다 남들도 다 쓰니까 믿었다는 게 다큐의 정리임.
- 15살에 아버지·숙부와 원나라로 떠나 17년을 머문 마르코 폴로(Marco Polo)는 종이에 군주의 도장만 찍으면 돈이 되고 군인들이 그 종이를 받고 목숨을 걸고 싸우러 가는 데 놀랐다고 함.
- 이렇게 겉에 쓰인 숫자만으로 통하는 돈을 명목화폐라 하는데, 그보다 앞서 송나라가 낸 교자가 세계 최초의 종이돈이고 2023년이 교자가 나온 지 천 년 되는 해였음.
- 시작은 무거운 쇠돈 때문으로, 철전 한 개가 15g이라 쌀 한 말을 사려면 철전 1,000개, 곧 15kg을 들고 가야 했으니 종이돈이 생기자 사고파는 게 쉽고 빨라졌음.
- 대신 종이는 위조하기 쉬워 송나라 지폐에는 위조한 자를 벤다는 문구가 찍혔는데, 이 문구의 진짜 뜻은 돈은 아무나 만들면 안 된다는 것이라고 다큐는 풀이함.
- 그때 종이돈은 그냥 종이가 아니라 관청에 가져가면 교자 한 장에 철전 770개로 바꿔 주는 증서였고, 송나라는 교자를 2년에 한 번 찍고 3년째에 첫해 것을 없애 시중의 돈을 늘 125만 관 아니면 250만 관으로 맞췄음.
- 하지만 전쟁 비용을 대려고 지폐를 마구 찍자 바꿔 줄 철전이 바닥나 지불을 못 하는 사태가 났고, 송나라부터 원나라까지 나라 살림 때문에 너무 많이 찍어 심한 인플레이션을 겪었다는 게 중국 학자의 설명임(다큐는 현대 국가도 위기가 닥치면 돈을 찍는다며 코로나19 때 풀린 돈이 주식·가상화폐·2030세대 아파트 매수로 흘러간 장면을 잇대어 보여 줌).
- 금 1온스를 35달러에 묶었던 브레턴우즈의 약속이 깨지며 담보를 잃은 돈은 오히려 속도를 얻었고, 이 넓은 세상을 채우고도 남을 돈을 만들어 내는데 그 이름이 신용이라고 함.
- 다큐의 셈법으로 중앙은행이 찍은 100만 원을 받은 A은행이 10%만 지급준비금으로 남기고 90만 원을 빌려주고, 그 돈이 B은행에 들어가 81만 원, C은행에서 72만 9,000원으로 이어지면 네 번째 은행까지만 가도 예금은 343만 9,000원이 되니 처음 100만 원을 빼면 모두 없던 돈임.
- 그래도 우리가 돈을 믿는 건 남들도 이걸 쓴다는 믿음, 맡기면 언제든 꺼낼 수 있다는 믿음, 그 숫자를 국가가 보장한다는 믿음 때문이고 이 믿음이 흔들릴 때 돈은 무너진다는 게 이 편의 결론임.
✍️ 편집자 덧붙임 (2026.10 확인)
- 다큐 속 430원 우표값의 바탕인 국내 규격 편지 요금은 2026년 7월 1일 430원에서 500원으로 올라 5년 만에 바뀌었음(우정사업본부 발표, 보도).
- 다큐는 지급준비율을 10%로 셈했는데, 미국은 2020년 3월 26일부터 지급준비율을 0%로 낮춰 은행의 지급준비 의무를 아예 없앴음(미국 연방준비제도).
- 한국은 예금 종류마다 비율이 달라 요구불예금 같은 기타예금은 7%, 정기예금·적금은 2%, 장기주택마련저축은 0%임(한국은행 누리집, 2024년 2월 기준 표).
- 시중에 도는 돈을 넓게 잰 광의통화(M2, 평잔)는 방송 달인 2024년 4월 3,814조 원에서 2026년 7월 4,223조 원으로 약 11% 늘었음(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
- 그중 지폐·동전 같은 현금통화는 2026년 7월 204조 원으로 M2의 약 5%뿐이고 나머지는 예금 같은 장부 위의 숫자임(같은 자료).
- 한국은행이 찍어 내보낸 화폐발행잔액은 2024년 4월 185조 7,000억 원에서 2026년 8월 215조 9,000억 원이 됐고 그중 5만 원권이 약 90%임(같은 자료).
- 그런데 실제로 쓰는 현금은 줄어, 2025년 12월 한국은행 조사에서 개인 지출 가운데 현금 비중은 17.4%로 2021년 21.6%보다 내려갔음(2025년 경제주체별 화폐사용현황 종합 조사).
- 반면 같은 조사에서 개인이 쥐고 있는 현금은 64만 4,000원으로 2021년 43만 6,000원보다 47.7% 늘었고, 한국은행은 금리 하락과 경제 불확실성을 까닭으로 들었음.
- 다큐에서 지폐를 받는 가게에 두 달에 한 번 들어온다던 위조지폐는 2024년 한 해 143장으로 1998년 통계를 낸 뒤 가장 적었고, 2026년 상반기에는 41장이었음(한국은행 발표, 보도).
- 브레턴우즈 때 1온스에 35달러였던 금값은 방송 달인 2024년 4월 2,333달러, 2026년 9월 4,334달러로 그때의 약 124배가 됐음(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 국제상품가격).
- 버핏은 2011년 편지에서 세상의 금 약 17만 톤을 녹여 붙여도 야구장 내야에 들어가는 정육면체일 뿐이고 아무것도 낳지 못한다고 했음. 비슷한 글 워런 버핏 2011년 주주서한 (버크셔 해서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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