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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재난이 터진 뒤 보험사가 깨달은 위험 관리의 원칙과, 시장이 나빠져야 누가 무리했는지 드러난다는 경고를 짚은 편지임.
- 2001년 버크셔의 순자산은 37억 7,000만 달러 줄었고 주당 장부가치는 6.2% 떨어졌음.
- 지금 경영진이 맡은 1965년 뒤로 주당 장부가치가 줄어든 건 이해가 처음이었음.
- 그래도 37년 동안 주당 장부가치는 19달러에서 37,920달러가 돼 해마다 22.6%씩 불었음.
- 같은 해 S&P 500은 배당을 합쳐도 11.9% 떨어졌음.
- 그래서 지수와 견주면 버크셔가 5.7%포인트 앞선 해였음.
- 버핏은 1956년 첫 투자조합을 만들던 날 조합원 7명에게 '기본 규칙'이라는 짧은 글을 건넸음.
- 거기에 "잘했는지 못했는지는 증권시장 전체의 성적과 견줘 잰다"는 문장이 있었음.
- 상대 성적으로는 밥을 못 먹는다는 반론에 버핏은 S&P 500만 들고 있어도 오래 두면 괜찮은 결과가 나온다고 본다면 해마다 지수를 조금씩 이기는 건 반드시 보상받는다고 답했음.
- 다만 회사 성적과 달리 자기 성적은 형편없었다고 적었음.
- 가장 큰 잘못은 제너럴리가 꼭 필요한 안전장치 없이 보험을 받게 내버려 둔 것이라고 함.
- 그 실수의 값을 9월 11일에 치렀다는 것임.
- 버핏은 엔론이 주주를 등쳐 먹는 회사의 상징이 됐지만 그런 짓은 미국 기업 곳곳에 널렸다고 적었음.
- 이런 경영자들은 주주를 동업자가 아니라 봉으로 본다는 게 버핏의 말임.
- 경영자들이 주주를 어떻게 보는지 보여 준다며 버핏이 옮긴 농담에서는 파티에서 아름다운 여성이 CEO에게 다가가 원하는 건 뭐든 해 주겠다고 속삭였음.
- CEO는 망설임 없이 "내 스톡옵션 행사가격 좀 낮춰 줘"라고 답했다고 함.
- 주가가 떨어져 옵션이 쓸모없어지면 행사가격을 다시 낮춰 받는 관행을 비꼰 농담임.
- 버핏은 앞으로 버크셔가 지난 기록 근처에도 못 갈 거라고 미리 못 박았음.
- 예전에는 지금보다 훨씬 싼 값에 회사와 주식을 살 수 있었고 굴리는 돈도 훨씬 적었다는 것임.
- 1973년 워싱턴포스트나 1976년 가이코 때는 1,000만 달러짜리 좋은 아이디어 하나로 큰일을 냈음.
- 지금은 그런 아이디어 열 개가 모두 세 배가 돼도 버크셔 순자산이 0.25%밖에 늘지 않는다고 함.
- 이제 성적을 움직이려면 아주 큰 인수, 버핏 말로 '코끼리'를 잡아야 하는데 코끼리는 찾기 어렵다는 것임. (실제로 2014년 주주서한의 표로 셈하면 주당 장부가치는 2002~2011년 해마다 약 10%씩 늘어 그전 22.6%에 한참 못 미쳤음.)
- 그해 버크셔는 지붕 자재 회사 마이텍과 트레일러 임대 회사 엑스트라를 새로 샀음.
- 속옷 회사 프루트 오브 더 룸도 사기로 했음.
- 모두 현금으로 샀으니 주주들은 원래 가진 회사의 몫을 하나도 내주지 않고 새 회사의 주인이 됐다는 설명임.
- 마이텍 경영진 55명은 인수에 함께하고 싶어 해 1인당 최소 10만 달러씩 내서 지분 10%를 샀음.
- 버핏은 이들이 스톡옵션을 받은 사람과 달리 진짜 주인이라고 함.
- 손해도 함께 지고 앞의 농담 속 CEO처럼 산 값을 '다시 낮춰' 달랄 수도 없다는 것임.
- 프루트 오브 더 룸은 버핏과 47년 전의 인연이 있었음.
- 1955년 버핏이 일하던 벤저민 그레이엄의 투자회사는 석탄 회사 P&R을 거느렸음.
- 이 P&R이 프루트 오브 더 룸 상표로 속옷을 만들던 유니언 언더웨어를 1,500만 달러에 샀음.
- 그 뒤 프루트는 한 해 세전 이익이 2억 달러를 넘는 회사로 컸음.
- 그런데 1996년 존 홀랜드가 물러난 뒤 경영진은 빚을 잔뜩 내 실망스러운 인수를 거듭했음.
- 결국 회사는 파산했음.
- 버크셔는 인수 제안에 다시 불려 온 홀랜드가 계속 CEO를 맡아야 한다는 아주 드문 조건을 달았음. (실제로 2002년 4월 30일 인수를 마쳤고 2003년 프루트는 대형 할인점에서 팔린 남성·남아 속옷의 42.3%를 차지했음.)
- 버크셔의 본업은 보험임.
- 보험사는 보험료를 먼저 받고 보험금은 나중에 내므로 그 사이 남의 돈(플로트)을 굴림.
- 보통은 받은 보험료보다 나가는 보험금과 비용이 커서 그 손실이 플로트를 쓰는 비용이 됨.
- 2001년 버크셔의 플로트는 355억 달러였고 그 비용은 12.8%로 1984년 뒤 가장 나빴음.
- 2000년 편지에서 큰 재해만 없으면 6%보다 낮아질 거라고 했는데 자연재해 대신 9·11이라는 사람이 만든 재해가 덮쳤다는 것임. 비슷한 글 워런 버핏 2000년 주주서한 (버크셔 해서웨이)
- 버핏은 큰 재해가 없다면 다음 해 비용은 다시 낮을 거라고 했음. (실제로 2002년 플로트 비용은 1%였음.)
- 버핏은 보험사의 승패가 덩치나 브랜드가 아니라 보험을 가려 받는 규율에 달렸다며 세 가지 원칙을 내놨음.
- 첫째, 제대로 따져 볼 수 있는 위험 가운데 아주 드문 최악까지 따져도 이익이 날 것만 받음.
- 둘째, 한 사건이나 서로 얽힌 사건들로 손실이 한꺼번에 몰려 회사가 흔들리지 않도록 받는 양을 제한함.
- 셋째, 도덕적으로 문제 있는 사람과는 거래하지 않음.
- 값을 아무리 높게 받아도 나쁜 사람과 좋은 계약을 맺을 수는 없다는 것임.
- 9·11은 제너럴리가 첫째와 둘째 원칙을 위험할 만큼 느슨하게 지켰다는 걸 드러냈음.
- 보험업계는 과거에 일어난 일(경험)만 보고 앞으로 일어날 수 있는 일(노출)을 보지 않았다고 함.
- 그래서 보험료 한 푼 받지 않고 엄청난 테러 위험을 떠안았다는 것임.
- 테러는 보험업계 전체를 무너뜨릴 수 있다고 함.
- 대도시의 핵폭발이나 여러 건물 환기구로 퍼지는 생화학 공격이 올해 일어날 확률을 아는 사람은 없다는 것임.
- 버핏이 아는 건 그 확률이 0이 아니고 시간이 갈수록 들쭉날쭉 높아진다는 것뿐이었음.
- 최악에 가까운 경우 피해가 1조 달러에 이를 수 있는데 이를 감당할 수 있는 건 미국 정부뿐이라고 함. (실제로 2002년 11월 26일 테러위험보험법이 만들어져 정부가 테러 손실을 보험사와 나눠 지게 됐음.)
- 그럼 왜 9·11 전에 몰랐느냐고 물을 수 있음.
- 버핏은 알고 있었지만 생각을 행동으로 옮기지 않았다고 답했음.
- 그러면서 비가 올 거라고 예측하는 건 쳐주지 않고 방주를 지어야 쳐준다는 '노아의 법칙'을 어겼다고 함.
- 앞으로는 경쟁사가 뭘 하든 감당할 수 있는 선을 넘는 위험은 알면서 받지 않겠다고 했음.
- 버핏은 그동안 제너럴리가 규율 있게 보험을 받는다고 장담했는데 틀렸다고 인정했음. 비슷한 글 워런 버핏 1998년 주주서한 (버크셔 해서웨이)
- 제너럴리는 세 원칙을 모두 어겼음.
- 첫째 원인은 준비금을 제대로 쌓지 않아 자기가 파는 상품의 원가를 크게 잘못 셈한 것이었음.
- 손님을 잡고 지키는 데 너무 경쟁적이었던 게 둘째 원인이었음.
- 그래서 보험을 받는 사람에게 "아니요"는 가장 중요한 단어 가운데 하나여야 한다는 것임.
- 버핏은 2001년 9월 CEO가 된 조 브랜던과 새 사장 태드 몬트로스가 제너럴리를 버크셔의 큰 자산으로 만들 거라고 예언했음. (실제로 2003년 주주서한에서 버핏은 "제너럴리는 고쳐졌다"고 적었음.)
- 반대편 모범은 재보험을 맡은 아지트 제인이었음.
- 투자처럼 보험도 뛰어난 결정이 아니라 멍청한 결정을 피하는 데서 오래가는 성적이 나온다고 함.
- 재보험사들은 받은 위험을 다른 재보험사에 다시 넘기는 사슬로 엮여 있어 약한 고리 하나가 모두를 흔들 수 있고 그 고리는 큰 재해가 나야 드러나는데 이를 두고 버핏은 썰물이 빠져야 누가 벌거벗고 헤엄쳤는지 알 수 있다고 적었음.
- 버크셔는 위험을 남에게 넘기지 않고 직접 지니 세상에 무슨 일이 있어도 버크셔가 끊은 수표는 부도나지 않는다고 함.
- 버핏은 나쁜 용어가 좋은 생각의 적이라며 보험 회계의 '손실 진전'이라는 말을 예로 들었음.
- 손실 준비금은 비상금이 아니라 이미 일어났지만 아직 내지 않은 보험금을 적어 둔 빚임.
- 2001년 제너럴리는 예전 해에 일어났는데 장부에 적지 않은 손실 8억 달러를 뒤늦게 비용으로 잡았음.
- 보험사는 이럴 때 '손실이 진전됐다'고 말함.
- 버핏은 손실은 진전된 게 아니라 처음부터 거기 있었고 진전된 건 경영진의 이해뿐이라고 함.
- 더 솔직한 이름은 '일어났을 때 알아채지 못한 손실'이나 그냥 '아이고'라고 함.
- 신발 사업은 덱스터의 손실 때문에 세전 4,620만 달러 적자를 냈음.
- 버핏은 덱스터를 산 것과 주식으로 값을 치른 것과 손볼 게 뻔한데 미룬 것이 모두 자기 실수라고 했음. 비슷한 글 워런 버핏 1993년 주주서한 (버크셔 해서웨이)
- 주식시장 전체는 앞으로 10년쯤 미지근하게 본다고 함.
- 오랫동안 주가가 기업 실적보다 앞서 달렸고 그게 끝날 수밖에 없었다는 것임.
- 주가가 기업 실적만큼만 오르면 특히 새로 들어온 투자자는 실망할 거라고 함. (실제로 2014년 주주서한의 표로 셈하면 S&P 500은 2002~2011년 배당을 합쳐 해마다 약 3%씩 오르는 데 그쳤음.)
- 2001년 버크셔는 정크본드를 평소보다 많이 샀음.
- 다만 정크본드는 일반 투자자에게 맞지 않는다고 못 박았음.
- 버크셔는 1984년 워싱턴 공공전력공급시스템(WPPSS) 채권처럼 망가져 보이는 채권 가운데 드물게 몇 개만 골라 산다는 것임. 비슷한 글 워런 버핏 1984년 주주서한 (버크셔 해서웨이)
✍️ 편집자 덧붙임 (2026.10 확인)
- 제너럴리의 준비금 문제는 다음 해에도 이어졌음.
- 2002년 주주서한에 따르면 제너럴리는 2001년 말에 쌓은 준비금도 모자라 예전 해의 손실 13억 1,000만 달러를 또 비용으로 잡았음.
- 2002년 보험 영업에서 13억 9,300만 달러 손실을 낸 제너럴리는 2003년 1억 4,500만 달러 이익을 냈음.
- 2007년 주주서한에서 버핏은 덱스터를 A주 25,203주로 산 탓에 주주가 치른 진짜 값이 35억 달러라고 적었음.
- 2014년 주주서한에서는 그 주식이 약 57억 달러어치가 됐다며 기네스북에 오를 만한 금융 참사라고 적었음.
- 2026년 10월 2일 버크셔 A주 종가 754,790달러로 셈하면 그 25,203주는 약 190억 달러어치임.
- 테러위험보험법은 몇 차례 연장돼 지금은 2027년 말까지 이어지게 돼 있음.
- 이 편지가 다룬 2001년 한국 코스피는 504.62에서 693.70으로 약 37% 올랐음.
- 2001년 12월 31일 버크셔 A주 종가는 75,600달러였음.
- 2026년 10월 2일 종가는 754,790달러로 약 10배가 됐음.
- 같은 기간 코스피도 693.70에서 7,003.74로 약 10배가 돼 거의 같았음.
🍿 여담
- 버크셔 주주총회 주말에는 오마하 마이너리그 야구 경기가 열리는데 2000년 경기에서 버핏은 투수로 나섰음. 비슷한 글 워런 버핏 2000년 주주서한 (버크셔 해서웨이)
- 2001년에는 투수에서 타자로 바꾼 베이브 루스를 흉내 낸다며 타석에 서서 오마하 출신 명투수 밥 깁슨을 상대했음.
- 버핏은 깁슨의 유명한 몸쪽 위협구가 무서웠는데 깁슨은 스트라이크존에 직구를 던졌음.
- 버핏은 마크 맥과이어 같은 스윙으로 강한 땅볼을 쳤지만 공은 어찌 된 일인지 내야에서 멈췄음.
- 그런데도 버핏은 1루로 뛰지 않았는데 이 나이엔 앉아서 하는 카드 게임 브리지 한 판만 해도 숨이 찬다는 이유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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